수많은 과정을 거쳐 믹싱의 꽃 리버브와 딜레이를 추가해 줄 차례다.
처음 믹스 할 때를 잠깐 회상을 해보자면,
음악을 어떻게든 화려하게 만들고 싶어서 리버브와 딜레이로 항상 떡칠이 되어 있었다.
일렉기타를 연주했기 때문에 공간 계열 이펙터가 모든것을 해결해줄 것에 대한 맹신이 있었던 것 같다.
공간 계열 이펙터 들은 잘 사용하면 믹스에 생동감을 주고 트랙 간에 어색함을 커버해 주는 훌륭한 화장품이 되지만
너무 진한 화장은 되려 어색하게 느껴지듯이 너무 과하게 되면 믹스 전체를 촌스럽게 만들거나 해상도를 낮춰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모든 악기의 공간계 이펙터들을 설명하기는 너무 복잡해기때문에
간략하게 메인 보컬에 사용된 공간 계열 이펙터들만 소개 해보려고 한다.
1. 곡의 방향 설정 및 리버브
리버브를 사용하는 방법은 인서트 방식, 샌드리턴 방식과 더불어 악기별 리버브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Q와 컴프레서를 사용할 때는 어느 정도 룰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에 비해 공간 계열 이펙터을 사용 할 때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점도 많은데, 직접적인 소리를 듣는 일반트랙과는 달리
리버브나 딜레이 같은 경우는 뒤에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장시간 믹스를 하다가 보면
‘이게 얼마큼 걸려있는 거야’라고 혼란에 빠지기가 쉽다.
또한 트랙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녹음 장소의 잔향(리버브)이 함께 섞여 녹음되기 때문에
원래 있던 리버브인지 내가 넣은 리버브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보통 믹싱으로 공간을 표현할 때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 표현한다.
1) 어떠한 공간을 모방하는 것.
2) 상상 속의 공간을 묘사하는 것.
이는 공간을 만들 때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공간을 모방하여 자연스러움을 추구할 것인가 ‘
아니면 ‘이 세상에 없는 상상 속의 공간을 만들어 볼 것인가.’
이는 리버브 플러그인을 선택할 때부터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리버브 플러그인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으로 제작하는데,
첫 번째는, 실제 공간의 Impulse response를 이용하여 만든 Convolution Reverb
두번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만든 Algorithmic Reverb 이다.
(리버브에 관련된 더 자세한 얘기는 추후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위의 개념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나?
처음 리버브 플러그인을 선택할 때 어떤 리버브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위의 설명과 같이 어떤 개념으로 접근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면 된다.
현실적인 공간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면 Convolution 타입의 리버브를,
기술적인 방법이 먼저 떠오른다면 Algorithmic 타입의 리버브를 사용하면 된다.
이번곡 같은 경우는 아티스트와 소통한 결과 내추럴한 공간의 느낌보다는
Honne와 같은 약간 몽환적이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만들기를 원했다.
필자는 대체적으로 Algorithmic 리버브인 Lexicon PCM Reverb 플러그인을 주로 사용 하는데,
팝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현실적인 느낌으로 접근하기보다 몽환적인 사운드로 가는 것을 추구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약간 인위적일 수 있는 Algorithmic 리버브중에서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공간의 느낌을 내주고
또한 옵션들을 이용해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있는 기능들이 많기 때문에 주로 선호하는 리버브이다.
이러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약간의 이론적인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리버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컨트롤한다.
1) 소리가 가장 먼저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기 반사음(Early Reflection)
2) 부딪힌 소리들이 감소되는 시간 즉 얼마나 오랫동안 울리는가를 결정하는 리버브 타입(Reverb Time 혹은 RT)
이 두 가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면 리버브의 변화를 조금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onne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리버브가 뒤로 울리지 않고 짧게 끊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느낌을 강조하기위해 리버브타임인 긴 홀 계열의 리버브 보다 룸 계열 리버브를 사용 했다.
하나의 리버브만 사용해도 괜찮지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과 질감을 더 해주기위해
Plate Reverb 와 FabFilter 의 Pro-R 리버브를 약간씩만 넣어주어 약간의 울림과 색깔을 만들어 주었다.
2. 딜레이
리버브와 딜레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간략하게 이 두가지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1) 타임이 다른 수많은 딜레이가 모이면 리버브가 된다.
2) 딜레이는 단순반복, 리버브는 공간의 울림을 표현.
흔히 에코라고도 많이 표현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에코는 자연에서 생성되는 딜레이로 약간의 울림이 포함되어,
리버브와 딜레이 사이에 위치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예전에는 리버브를 많이 사용해서 Hall에 있는 것 같이 웅장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였다면,
요즘 믹싱의 트렌드는 딜레이 위주로 사용해서 깔끔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나 또한 평소에 딜레이를 먼저 사용해서 믹스를 시작하는데, 이번곡 같은 경우는 특징이 있는 공간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리버브에 대해 먼저 설명 하였다.
어떠한 딜레이를 사용할 지 모르기 때문에 보통 딜레이 길이별로 여러개의트랙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때그때 사용하는 편이다.
Main Vocal With Only Reverb
48kHz/24bit Wav File
Main Vocal With Only Delay
48kHz/24bit Wav File
Main Vocal With Reverb & Delay
48kHz/24bit Wav File
3. Tail
마지막으로 더욱 디테일하게 공간을 마무리 지을 차례이다.
공간은 거의 다 만들어 졌고 이미 충분히 믹스가 다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이때 한가지 작업을 더해주는데 바로 모자란 Tail들을 채워주는 것이다.
Tail은 말 그대로 꼬리라는 뜻인데 보컬 뒤에 꼬리처럼 약간의 울림을 더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몽환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할 수 있고, 약간 허전한 공간을 메꿔줌으로써
훨씬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Tail이 보컬과 겹치게 되면 믹스 전체가 지저분 해 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때문에 상당히 절제해서 사용해야 한다.
1. Main Vocal With Tail Off
48kHz/24bit Wav File
2. Main Vocal With Tail On
48kHz/24bit Wav File
‘밤을 또 새겠지’ 에서 ‘새겠지’ 끝에 테일이 강조된 부분의 파일을 가져와 보았다.
1번 파일을 들어보면 메인보컬이 보컬 코러스보다 먼저 끝나게 되기 때문에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Tail딜레이를 넣으면 2번 파일처럼 보컬과 코러스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연결 시킬 수 있다.
이런식으로 많은 곳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한번씩 사용하게되면 흐름을 끊지않고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4. 마무리
Final Without Reverb & Delay
48kHz/24bit Wav File
Final With Reverb & Delay
48kHz/24bit Wav File
공간을 만드는 창의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실제 공간을 모방 해보고 또 변형해보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세상의 없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작업하다가 보니 ‘어 이거 어디 공간소리랑 비슷하네’라고 느낄 수도 있다.
어떠한 방법을쓰던, 어떠한 개념으로 접근하던 중요한 것은 음악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 악기와 목소리에 생동감을 주는 것이다.
2개의 스테레오 스피커는 음역과 Panning을 통해 2차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그곳에서 리버브와 딜레이는 Depth(깊이)라고 하는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 작업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Flat한 음악이 될지 Depth가 있는 음악이 될 지 결정된다.
어떤 음악이 더 예술적인 음악인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