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 믹싱에 들어왔다.
Day1부터 노트를 봤다면 느꼈겠지만 이미 믹싱의 70퍼센트는 이미 진행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러프 믹스 트랙을 바로 클라이언트에게 보낸다면?
‘도대체 뭘 한 거죠?’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믹스 과정을 옆에서 보지 않았다면 Day2의 러프 믹스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단단하게 골조를 세웠더라도 마감이 되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없듯이
이번에는 깔끔하고 예쁘게 톤을 정리하고 톤의 두께와 공간감을 만들어 줄 차례이다.
모든 악기를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중요한 몇 가지만 믹스 순서대로 설명하려고 한다.


1. 보컬 트랙 오토메이션 (Feat, 클립 게인)

수많은 트랙 중 가장 중요한 하나의 트랙을 꽂아야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바로 보컬 트랙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 인가하겠지만, 믹싱적인 관점에서 보컬 트랙은 다른 트랙보다 더욱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특히 팝에서는 보컬을 빛나게 하기 위해 다른 트랙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보컬 튠. 이제 겨우 요리를 위한 재료 손질을 마쳤을 뿐이다.
새로 프린트해서 템플릿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칼질을 할 타임이다.
보컬 믹싱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보컬 오토메이션이다.
가장 먼저 믹스를 배울 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오토메이션이 없는 믹스는 없습니다’
오토메이션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만큼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오토메이션을 설명하기에 앞서 컴프레서에 대해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있다.
보통 밸런스가 안 좋은 믹스들을 들어보면 EQ와 컴프레서로 다이내믹을 조정하려고 한 경우가 많다.
컴프레서는 실수할 요소들이 정말 많은데 그중 두 가지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1) 곡에 맞지 않는 들쭉날쭉한 볼륨
2) 끊임없는 Tonal Change로 인한 Out of Control.

-19db의 과도한 컴프레션

이 두 가지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초적인 오토메이션이다.
그럼 오토메이션이 정확히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딱 봐도 음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어인데 요즘에는 음악 하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다.
믹싱이 디지털화되면서 대중화된 용어인데, 아래와 같이 페이더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테크닉이다.

이런 식으로 미리 내가 볼륨을 키우거나 줄일 부분을 마킹해 두고
이 부분에 자동으로 페이더가 움직이면서 볼륨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사실 컴프레서에 비하면 더 손이 많이 가는 수동적인 컨트롤이기 때문에
오토메이션이라는 용어가 역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원하는 부분을 골라서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가장 큰 장점은
사용하면 기계적으로 전부 컨트롤되는 컴프레서와 달리 ‘내가 원하고 싶은 곳만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동화’된 페이더를 가지고 ‘수동적’인 컨트롤을 하는 것을 음악계에서는 오토메이션이라고 부른다.
페이더를 이용하면 ‘페이더 오토메이션’,
클립 게인을 이용하면 ‘클립 게인 오토메이션’,
샌드 트랙을 이용하면 ‘샌드 오토메이션’ 등등
오토메이션을 이용하면 원래 그대로의 톤을 가지고 다이내믹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톤, 볼륨의 변화를 세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필자의 경우는 플러그인을 사용하기 전에는 클립 게인을 이용한 오토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보면서 숨소리 하나까지 밸런스를 컨트롤한다.
이때 악기에서 혹시 보컬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미리 체크해둔다.


2. 킥

현대 대중음악에서 킥 사운드는 ‘이 음악이 트렌디한가 ‘를 결정하는 가장 첫 관문이다.
킥 사운드의 종류는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킥을 고를지에 따라 곡이 촌스러워질 수도, 트렌디 해질 수도 있다.
작곡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처음 작곡할 때 그 수많은 킥 샘플들을 보면서 느끼는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번 곡 같은 경우는 두 개의 트랙으로 Layering 한 킥이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서브 느낌의 킥, 하나는 어택을 강조한 킥.
밴드를 경험해 본 작곡가라 그런지 실제 드럼 마이킹과 같은 킥 구성을 보여주었다.
나 또한 이런 식의 킥 구성을 좋아한다.
다만 곡 전체를 뚫고 나와야 하는 킥의 특성상 조금 더 보강을 해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서브 와 하이를 약간 더 보강해 주고 바위에 부딪히는듯한 단단함을 만들어 주기 위해
Dbx160 컴프레서를 사용했다.

킥 & 스네어 트랙 그리고 UAD Dbx160 comp
Dbx 160컴프레서는 1976년에 DBX 사에서
개발된 VCA 타입의 컴프레서이다.
특유의 펀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킥, 스네어, 기타 등 좀 더 튀어나오는 느낌을 내고 싶을 때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단순한 볼륨 컨트롤 용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3. Bass

지금 시점에서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역시나 힙합이다.
힙합적인 요소에서 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베이스 톤인데,
Rock 장르에서는 기타가 악기들의 왕이었다면 힙합에서는 베이스가 악기들의 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소스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크게 손보기 보다 두 가지를 보강했다.
1) 좀 더 낮게 깔리는 톤.
2) 풍성한 서스테인.

이 두 가지를 보강함으로써 베이스가 음악 전체를 조금 더 감싸 않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마지막 Pro-Q3는 약간의 바디감을 위해 230Hz 대역을 약간 부스트 해주었다.


4. 보컬 믹싱

모든 악기들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보컬 믹싱에 들어왔다.
예전에 ‘박명수 성대에는 꿀과 똥이 같이 있는 것 같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글을 보고 믹싱 엔지니어로써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보컬 믹싱과 너무 연관되는 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보컬 믹싱은 꿀과 똥 사이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외줄타기와도 같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아래 스크린샷을 보게 되면 나의 많은 고뇌가 보일 것이다.

보컬 프로세싱 트랙들

메인 보컬 한 트랙을 믹싱하기 위해 9개의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제일 위에부터 나열해보자면
1) 전체 보컬 버스.
2) 메인보컬 버스.
3) 보컬 VCA.
4) 메인보컬 트랙.
5) 숨소리 전용 트랙.
6) 보컬 전용 하모닉스 트랙.
7 – 8 – 9) 종류별 패러럴 컴프.
그 외 덥 및 화음 트랙들까지 포함하면 보컬을 위한 트랙 개수만 총 23개이다.
(Dave Pensado의 세션을 보면서 ‘보컬 트랙이 왜 이렇게 많아’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
물론 트랙 수가 많다고 해서, 많은 플러그인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은 절때 아니다.
다만 팝 보컬 믹싱의 경우 색깔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조금 더 많은 프로세싱을 하는 편이다.

플러그인 화면을 다 열고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열어놓고 보니 복잡 그 자체…

1) De-essing
최고의 De-esser이라고 생각하는 FabFilter 사의 Pro-DS를 사용하여 Sibilance를 잡아주었다.
보통 De-esser들은 멀티밴드 컴프레서 형태로 High-Frequency 거의 전체를 컴프레싱 하는 것에 반해
Pro-DS는 보컬의 치찰음만 감지하여 컴프 레싱 함으로 좀 더 정확한 De-essing이 가능하다.

2) EQ
Day1에서 설명했듯이 굉장히 튀어나오는 성향의 neumann m149 마이크로
녹음을 받았기 때문에 하이를 더 높여줄 필요는 없었다.
다만 남자 보컬로써는 톤이 약간 가볍다고 생각했기에 130hz 정도를 3db 정도 부스트 시켜
조금 무겁게 만들어 주었다.
보컬 톤도 좋았고 녹음도 잘 받았기에 크게 EQ를 만질 필요는 없었다.
추후에 약간 쏜다고 판단하여 11K 정도를 약간 낮춰 주었다.

3) Compressor
현재 온라인상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프로세싱 과정이 바로 컴프레서가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EQ 프로세싱에 비해 ADSR을 컨트롤하는 컴프레서는
실수가 많을뿐더러 변화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믹싱 노트에서는 컴프레서의 기술적인 면보다 어떤 용도로 사용했지는 위주로 기록하려고 한다.
나는 컴프레서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기대는 세 가지이다.

  • 다이내믹 컨트롤
  • ADSR 변화에 따른 톤 컨트롤
  • 약간의 하모닉스

보통 오토메이션이 이미 되어있는 볼륨 다이내믹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잡아주기 위해 클린한 디지털 컴프레서를 먼저 사용하는데,
이번 곡 같은 경우는 자연스러움보다는 공격적인 컴프레션을 원했다.
강한 컴프레션과 하모닉스를 더해서 트렌드에 맞는 강한 톤을 만들기 위해 색깔이 강한 컴프레서를 골라야 했다.

Waves 사의 CLA-2A 컴프레서는 그 역할을 하기 충분했고 과감하게 인서트에 사용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튜브 마이크 특성과 더불어 엄청난 하모닉스가 더해져 있는데 아직도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다.
(요즘 음악들이 얼마나 많은 하모닉스 계열의 이펙터로 프로세싱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하모닉스를 너무 지저분하지 않게 더하기 위해서 Izotope Nectar2의 Saturation 플러그인을 Nectar2 내의
EQ와 컴프레서를 이용해서 부분적으로 하모닉스를 더해주었다.
조금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패러럴 컴프레싱을 더해 주었는데,
세 가지 다른 아날로그형 컴프레서를 비교해 보면서 어떤 게 더 나을지 비교해 본 결과 1176의 손을 들어 주었다.


5. 마무리 (Feat, 테크닉)

이렇게 전반적인 믹싱이 마무리되었다.
이 과정을 최대한 기술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나름 굉장히 노력했는데,
자칫 잘못하다 보면 기술 설명만 하다가 음악적인 요소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때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기술적인 자랑만 늘어놓고 고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믹싱이라는 것은 테크닉을 이용하여 한 번에 무언가를 바꾼다기 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조각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시장에 방문한 사람들은 조각품들을 보면서 일일이 ‘어떤 테크닉으로 조각했는가’를 따지기 보다
‘좋은 예술인가’를 판단한다.
믹싱적인 테크닉은 수도 없이 많고 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좋은 주제이지만
‘좋은 음악’이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나가가기만 하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천의 느낌을 표현한 조각상…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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