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서 보내더라도 충분하겠지만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아있다.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원을 확인하는 것.
부분적으로 음원을 듣다가 전체적으로 듣다 보면 놓친 부분이 들리기도 하고
모니터링 환경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체크하고 놓쳤던 디테일을 잡아내어 전체적인 마무리를 하는 단계이다.
1. 최종 오토메이션(Final Automation)
자잘 자잘 한 수정이 여러 개 있었는데, 수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Before Kick Automation
After Kick Automation
2. 믹스버스 프로세싱(Mixbus Processing)
이제 모든 트랙들이 묶여져 있는 믹스버스 트랙을 이용해 약간의 프로세싱을 추가해주려고 한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몇 가지 기준을 두고 프로세싱을 한다면 음원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 더 보강할 수 있다.
중점적으로 본 것은 3가지.
1) 음악적인 밸런스
기본적으로 위의 최종 오토메이션 단계에서 조절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프로세싱으로 잡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믹스를 다 끝내고 버스 컴프레서를 무작정 걸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정확히 용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되려 믹스를 망칠 수 있다 (필자가 굉장히 많이 했던 실수)’
아예 처음부터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으로 그려갈 목적으로 버스 컴프레서를 사용하거나,
혹은 믹스 후에 모니터링해보면 보컬이 악기와 약간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가 있을 때 이를 자연스럽게 붙여주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은 프로세싱이 될 수 있다.
이번 같은 경우 믹스가 충분히 자연스럽다고 판단이 되었기에 고민하다가 사용하지 않았다.
2) 음향적인 밸런스
전반적인 믹스가 깔끔하게 잘 나왔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들어
UAD Pultec EQP-1A Lagacy를 사용해서 저음을 1.5db 정도 부스트 시켜주었다.
(Pultec EQ 특성상 정확히 1.5dB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집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Pultec EQ를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상당히 많은데 크게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1. CPS 노브를 단순히 Hz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면 안 된다.
2. 노브들 간의 연결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3. 플러그인을 거는 것만으로도 대략 1.2 ~ 1.5dB의 볼륨이 올라가고 약간의 밸런스 차이가 생긴다.
300Hz에 Shelving EQ를 적용한 것과 동일한 그래프가 그려진다.
플러그인을 걸기만 해도 볼륨이 올라갈뿐더러, 정확하게 Frequency를 컨트롤할 수 있는 다른 EQ와는 다르게
실제 아날로그 장비처럼 약간의 오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순수히 귀로 듣고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걸기만 해도 소리가 좋아진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흔히 말하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플러그인의 대표주자가 아닌가 싶다.
정확한 Pultec EQ 사용법은 아래 Alan 선생님의 영상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사용하기 전에
꼭! 참고하고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 Pre-mastering
아티스트에게 보낼 때는 어느 정도 음압을 올려주는 것이 좋은데, 음압 레벨이 이미 그렇게 작지 않았기 대문에
혹시 모를 피크를 방지하기 위해 Ozone Maximizer 리미터를 이용해 Celing만 0.2dB 정도 살짝 내려주었다.
믹스 버스 프로세싱은 음원 전체를 컨트롤하는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EQ 같은 경우 개별적으로 조절할 때와는 다르게 1dB만 왔다 갔다가 해도 굉장히 큰 차이가 들린다.
특히 기본이 잡히지 않은 밸런스를 믹스 버스를 통해서 모두 해결하려고 하면
그나마 잡아놓은 밸런스도 더욱더 머나먼 세계로 떠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작업인데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크리티컬 리스팅 스킬이 필요하다.
3-1. 크리티컬 리스닝(Critical listening)이란?
음향의 종류 중에 psychoacoustic 즉 심리음향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는 소리를 객관적인 요소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생각과 환경에 따라 소리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로 인해 엔지니어는 크게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를 수 있게 된다.
1) 현재 소리에 너무 적응하여 현재 룸 환경에서 생기는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됨.
2) 너무 많은 변화를 주어 기준을 잃어버림.
그래서 이때 필요한 것이 크리티컬 리스닝(Critical listening)이다.
단어의 뜻을 그대로 직역하면 ‘비판적인 청음’이라는 뜻인데,
믹싱에서의 의도는 내 음원을 객관적으로 퀄리티를 판단해 보는 것이다.
3-2. 소비자 관점에서의 크리티컬 리스닝(Critical listening)
나의 믹스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1)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공간 혹은 스피커 외에 다른 환경에서 모니터링하는 것.
2) 레퍼런스 트랙과 비교해 보는 것.
핵심은 내가 작업했던 음원을 다른 환경과 다른 음원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처음에 크리티컬 리스닝을 하게 되면 좌절감에 많이 휩싸이게 된다….)
레퍼런스 트랙과 비교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그러면 다른 환경에서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다른 환경에서 모니터링 함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은 소비자 리스닝 환경이다.
장르마다 음악이 소비되는 연령대가 다르고 음악을 듣는 환경의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비싼 스피커로 믹싱을 하더라도 소비하는 층은 모든 음역대를 온전히 듣지 못한다.
여기서 제작자와 소비자 간의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음악을 믹싱하는 엔지니어라면 이 간극을 분명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주로 음악을 듣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환경에서 모니터링을 하여 체크하고 있지만,
특히 가장 많이 소비되는 리스닝 환경을 하나만 꽂으라면 단연 스마트폰 환경이다.
스마트폰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장 간편하고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임과 동시에 스튜디오 스피커와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거의 45hz부터 20k까지 고르게 나와주는 스피커이다.
출처 : https://www.audiosciencereview.com/forum/index.php?threads/focal-twin6-be-studio-monitor-review.22254/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니터 스피커와 음역 차이가 엄청나다.
그래프를 보면 500hz 아래, 10k 위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출처 : https://imgur.com/gallery/DRbu5
사실 위의 같이 굳이 수치적으로 비교하지 않아도 스튜디오 모니터링과 스마트폰 모니터링이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음역대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스피커에서 들었던 좋은 믹스가
스마트폰에서도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3-3. 스마트폰 모니터링
고전 방식으로 스마트폰 모니터링하는 방법은 음원을 프린트해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들어보고,
수정 사항이 있으면 다시 뽑아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들어보고 하는 것이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몇 번 해보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아이폰에서 프로툴 음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는 프로툴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음원을 체크할 수 있는 audreio라는 기가막힌 플러그인이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하이시에라 이후로 전혀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고 있다.
그 자리를 Listento라는 아주 훌륭한 플러그인이 완벽하게 대체해 주고 있지만 구독형 유료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rogueamoeba 사의 Airfoil이라는 앱이다.
https://rogueamoeba.com/airfoil/mac/
원래 용도는 Airplay나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TV나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에서 같은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인데, 소스를 프로툴로 설정하면 프로툴 소리만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가 있다.
단점은 레이튼 시가 2초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를 설정을 통해 1초로 줄일 수가 있다.
이 모니터링 방식을 통해 이어폰, 스마트폰 스피커로 리스닝 한 결과 모니터 스피커에서 들었을 때보다 보컬이 약간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저음 쪽이 덜 나오다 보니 악기 소리가 상대적으로 약간 작게 들리는 것 같다.
전체 믹스에서 보컬 버스를 2dB 정도 줄여 밸런스를 맞춰보았다.
스튜디오 모니터에서도 보컬과 악기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음질이 더 안 좋은 스마트폰으로 좋은 스피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음원의 단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무조건 좋은 스피커로만 믹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다.
다만 이 차이는 취향적으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기 때문에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아티스트에게 선택권을 줄 예정이다.
Before Critical Listening
After Critical Listening
4. 마무리
이렇게 전반적인 작업이 마무리가 되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항상 조심해야 할 점은 너무 많은 프로세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밸런스를 뒤집어야 할 정도로 플러그인 프로세싱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믹싱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섬세한 모니터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음원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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