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랙정리
녹음이 끝나고 믹스 전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트랙 정리이다.
녹음 때는 간단한 가이드 트랙만 받아 놓는데,
이 가이드 트랙을 전부 지우고 믹싱할 트랙과 믹싱 때 주로 사용하는 템플릿을 Import 해서 정리해 놓는다.
믹싱할 트랙 수가 대략 30여 트랙, 리버브나 버스 트랙 포함하여 대략 50여 트랙을 프로툴 세션에 정리하였다.
하나의 음악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오디오 트랙과 Aux 트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깔끔한 트랙 정리는 필수다.
2.Vocal Tune
트랙정리가 끝났다면 다음으로 할일은 보컬 튠.
보컬튠을 잘 했다면 믹싱의 50% 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튠 프로그램으로는 멜로다인 스튜디오를 주로 사용한다.
이번 곡은 메인 트랙과 더불어 화음과 더빙까지 대략 13개의 트랙을 튠을 해야 한다.
단순히 한 트랙 한 트랙 튠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 단계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트랙들 간의 조화이다.
멜로다인은 이 여러 트랙은 조화롭게 만들기에 적합한 튠 프로그램이다.
한 트랙씩 튠을 하다가 여러 트랙을 동시에 들어보면서 밸런스나 화음이 안 맞는 부분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
대중음악에서는 무엇보다 보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튠을 해야 한다.
보컬튠을 할 때 중점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은 음정과 리듬 그리고 떨림(바이브레이션 포함)이다.
리듬은 녹음 때 어느 정도 미리 잡아 놓긴 했지만
더욱 디테일한 리듬을 맞추기 위해서는 비트와 함께 오디오 파일을 잘라서 맞추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다인으로 음정과 떨림을 먼저 잡아놓고 프린트한 뒤에 본 믹스 때 작업할 예정이다.
Before Tune
After Tune
보통 보컬 튠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어느 믹스 과정보다도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 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아티스트는 평균보다 녹음을 잘 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디테일에서 꽤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Rough Mix
튠이 끝나고 나면 간략하게 러프 믹스를 진행해서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 스케치해둔다.
러프 믹스를 하기 바로 직전 Imager 플러그인을 통해 작곡가가 보낸 트랙이 모노인지 스테레오인지 골라낸다.
보통 작곡가들이 트랙을 보낼 때 모든 트랙을 스테레오로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모노만 따로 골라내어 정리를 하면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1) 시스템의 리소스를 아낄 수 있다.
어차피 모노 소스이기 때문에 스테레오 트랙으로 작업하는 것과 음원의 성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리소스를 더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제거를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UAD 플러그인들을 사용한다면 이 체감은 더욱 크다.
항상 부족한 DSP 리소스로 인해 Satelite를 추가로 구매하려는 충동에 시달리는데
트랙만 잘 정리해도 많은 DSP를 아낄 수 있다.
2) 패닝을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Kick Mono Image Hat Mono Image EP Stereo Image
믹스의 기본은 볼륨 조절과 팬 컨트롤이다.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컨트롤하지 않고 EQ와 컴프레서로 컨트롤하려고 하면 트랙을 말 그대로 조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작곡가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볼륨과 팬을 어느 정도 잡아서 보내는데,
스템 파일로 뽑게 되면 모노 데이터도 스테레오 파일로 모두 변환이 되어버린다.
스테레오 팬 노브를 움직여서 패닝을 해도 되지만 두 개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나를 움직이는 것보다 번거롭고 직관적이지 못하다.
또한 보통 스테레오로 된 트랙은 팬 노브를 잘 사용하지 않고
Trim 플러그인으로 팬을 조절하기 때문에 통일적인 측면에도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추후에..)
이렇게 트랙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나서 악기 트랙부터 페이더와 팬 노브를 이용하여 러프 믹스를 진행한다.
4. Final
Rough Mix 전 모니터
Rough Mix 후 모니터
위 두 개의 트랙을 비교해 보면 굉장히 큰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기존 트랙에 비해 악기들이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형태를 잡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믹싱은 마치 단단한 집을 건축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보는 화려한 아파트도 가장 기본적으로 중력을 딛고 안전하게 서 있어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반을 단단하게 다지고 기둥을 세워야 한다.
녹음과 트랙 정리 그리고 보컬튠, 이 모든 것이 음악 전체의 지반을 다지는 것인데,
이를 귀찮아하면 본 믹싱 때 몇 번이고 이 과정으로 돌아와서 수정해야 한다.
처음에 믹싱을 단순히 즐겁고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어느샌가 하루 종일 트랙 정리와 튠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업은 굉장히 지루하고 힘들며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몇 년이고 이 수많은 트랙들과 씨름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음악의 즐거움은 누군가의 지루함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것이다.